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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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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발행 2021년 9월 10일

*본 아티클은 박군의 브런치 원문을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추가 게재한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대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가끔씩 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간혹 HRD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받는 'HRD 담당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는 학생들뿐 아니라 교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 강의에서도 자주 받았던 질문이다.

나 역시 여기에 대해 학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항상 똑같다.

"HRD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인간에 대한 애정' 입니다."

많은 책이나 문헌, 전문가들이 HRD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규명한다. 기획력, 문제해결력, 변화관리능력, 소통 능력, HRD 관련 전공 지식 등 매우 다양하면서도 일맥상통하는 것들이다. 물론 이것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내가 HRD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게 것은 오랜 시간의 고민과 함께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HRD 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만났던 두 명의 선배였다.

직장 선배

두 명의 선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

풋내기 HRDer 시절, 나는 꽤 큰 기업의 연수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HRD 총책임자가 임원(상무)이었고 그 아래에는 분야별로 3~4개의 팀이 있었다. 그리고 연수원에서 근무하는 HRD 담당자만 수십 명이 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선배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상위권 대학을 나와 HRD 관련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계속 HRD 부서에서 근무하며 상당한 전문성을 갖췄다. 또 다른 한 명은 지방대를 나왔고 엔지니어 출신으로 HRD 부서로 이동한 경우였다. 편의상 앞에 나온 선배를 A, 뒤에 나온 선배를 B라고 하겠다.

처음에는 A 선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업무 능력도 좋아 어깨너머로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A 선배는 특히 HRD의 전문성이 높은 만큼 외국 우수 사례나 최신 HRD 이론과 기법을 연구해서 여러 내부 교육 장면에 접목하려고 시도했다. 새로운 교육 과정을 기획하거나 개발할 때 어떤 이론과 기법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아주 세련되게 설명했다. 역시 매우 높은 전문성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업 교육 노하우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다. 그 선배는 이론과 기법을 훌륭하게 다듬어 적용했지만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했다. 그것은 바로 '교육생' 이었다. 다른 HRD 담당자들은 아직 모르는 새로운 기법을 최초로, 그리고 멋있게 펼쳐 보이는 것이 더 우선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교육생의 건의나 문의사항에 대해서는 뭘 모른다는 식으로 대하기도 했다. 그 선배에게 교육생과 교육장은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무대일 뿐이었다.

다른 B 선배는 반대였다. 전문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중심은 '교육생'이었다. 교육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교육생 입장에서 이런 교육 내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이 내용이 좀 더 교육생에게 와닿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결국 두 선배의 차이점은 우선순위의 차이였다. A 선배는 자신이 도입한 새로운 교육 기법을 펼치기 위해 교육 과정과 교육생을 필요로 했다. B선배는 교육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교육 기법을 탐색하고 연구했다.

내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HRD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정립하게 된 데에는 이 두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가졌던 고민이 그 시작이었다.

나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그 강력한 유혹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유혹은 HRD 담당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 서는 경우가 많다 보니 화려해 보이고 싶은 유혹은 다른 직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없었다고 단호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HRD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생은 인간이다. 그리고 HRD라는 직무는 조직 내 수많은 직무 중에서도 그 인간을, 그것도 다수의 인간을 '직접적'으로 대하는 몇 안 되는 직무이다. 그래서 나는 HRD 담당자들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길 원한다. 새로운 교육 기법으로 나를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를 통해 이 사람들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새로운 이론과 기법을 공부하고 탐색하길 바란다.

HRD 공부

물론, 당장에는 표시가 나지 않고 또 어떨 때는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이 더 잘되는 것처럼 보이기 도 할 것이다. 그럼 장기적으로 보면 어떨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계속 잘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HRD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운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이 HRD라는 분야가 왜곡되어 버린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RD 담당자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가슴속에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은 HRD 담당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서 이런 이들이 더 인정받는 HRD업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때 미국 벤처 기업의 신화였다가 거짓으로 인해 몰락한 기업 테라노스를 분석한 책 '배드 블러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에 대한 시행착오는 '잘못된'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HRD 담당자로서 교육생이 아닌 나를 돋보이게 하려다 나오는 시행착오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